R to the A
Posted at 2009/07/06 20:12// Posted in laboratory'내가 PR 업계에 발을 들이고 난 후 얼마 안되어 대한민국에서 고급 고등교육을 이수했다고 자부하는 나의 친구들이 이렇게 물었다. 있잖아, 니가 하는 일, 그 가게 같은거 새로 개업하면, 그 앞에서 막 홍보해주고 그러는 일이야?
...분명 그녀는 그 질문을 던지며 휴대폰 대리점 앞에서 몸을 흔드는 나레이터 모델 혹은 팔다리가 나부끼는 사람 모양의 풍선을 떠올리고 있었을 거다. 이 때 나는 처음으로 AE가 된 것에 대해 회의감을 느꼈다.
하다못해 AE와 가장 밀접한 사이라고 할 수 있는 기자들조차, 얼마 전에 만난 기자의 예를 들면, 나의 명함을 보더니 굉장히 신기해하며 "AE라고 부르시네요"라고 했다. AE가 뭐의 약자냐, 부서 이름이 뭐냐, 사원이냐 주임이냐, 이런 얘기는 하도 많이 들어서 이제 질렸다.
PR회사의 모든 직원은 예전에 AE였거나 현재 AE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이게 어떤 직업인지 잘 모른다. 하기사 PR이 뭘 하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인데 AE가 무슨 일을 하는지부터 가르치려 드는 건 어불성설일 수 있다. 아직도 어머니는 아들의 직업이 뭔지 잘 모른다는 류모 과장님의 말을 웃고 흘려넘길 수 없는 이유는 굳이 그렇게 멀리 갈 것도 없이 나의 모친도 AE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면서 밥먹고 사는지 잘 모르시기 때문이다.
여대생 취업희망 직업 1순위에서 몇 년째 내려오지 않고 있는 이 최상급의 컨설턴트 혹은 미디어 업계의 대표 3D 업종을 일반인들이 이정도로 모른다는 건 직종 태생상 일종의 섀도 워커로 살아갈 수 밖에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사람들이 잘 모르는 일을 한다는 것은 가끔 불편함과 어색함을 유발한다. 이건 마치 내 남자친구가 외국계 컨설팅 펌에 근무하던 시절에 어르신들에게 컨설팅 회사 다닌다고 하면 OO부동산 컨설팅 사무실에서 일하는 복덕방쟁이로 알아들으시는 경우와 비슷하다.
한국PR기업협회에서 국내 PR회사 연차 4년 미만의 AE들을 데리고 실시한 'Account Service 및 비즈니스 매너' 강의를 들었다. 사실 이 바닥에 반년간 있다보니 내가 일을 하는건지 일이 나를 끌고 가는건지 모르는 상황에 빠져 처음의 소명과 다짐 따위를 서서히 잊어가고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교육은 불과 반년 전임에도 아주 오래 전처럼 느껴지는 취업준비생 시절에 내가 AE란 직업을 선택하기로 결정한 이유, 그 시절 이 바닥의 비전과 거기에 뛰어들기 위한 각오를 다시 되새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나는 AE로 열심히 살고 있고, 별 일이 없는 한 앞으로도 AE로 살 예정이며, 무엇보다 남들이 잘 모르는 이 직업이 참 좋다.
Tag 홍보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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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ㅁ2009/07/07 20:28 [Edit/Del] [Reply]캬................난 언니 글을 읽으면서 내용보다 언니의 글솜씨에 감탄 감탄 또 감탄중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