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얘기들 38

Posted at 2009/08/02 20:43// Posted in fragments

영화사에서 일할 때, 베를린에 가기 전까지 마켓에 나올 영화들을 미리 리뷰를 마쳐야 했기 때문에 하루에 기본 두 개 이상의 시나리오를 읽어댔다. 마켓 특성상 당시에는 크랭크인이 안된 영화가 많았고 심지어 캐스팅조차 시작 안한 작품도 다수였다. 그 끝없고 긴 스크리닝의 시간은 재미있는 시나리오를 읽을 때는 한없이 즐거웠으나 재미없는 작품이 걸릴 때는 고역이 따로 없었다. 그나마 현재는 오직 나만 읽은, 아직 아무도 접하지 못한 영화들이 언젠가 실제로 제작되어 스크린에 걸리는 모습을 상상하며 참아내는 수밖에 없었다. 이제야 그 영화들이 하나하나 선보이기 시작했는데, '21세기 소년'이 일찍이 첫 스타트를 끊었고 너무 재미없게 읽었던 '슬럼독 밀리어네어'가 골든 글러브 쿼트러플을 차지했으며 읽다가 집어던진 '블러디 발렌타인'은 4D라는 특수성에 의외로 선전 중이다. 무비위크에서는 '코코샤넬'이 개봉날을 잡았다 하고 카메론 디아즈의 'My sister's keeper'도 연내 국내개봉 예정이다. 이 얘기를 하는 이유는 내가 읽은 시나리오를 통틀어 가장 재미있었던 '라르고 윈치'가 드디어 8월 20일에 개봉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사님께 건의해도 결국 사오지 않으셨는데, 꼭 흥행에 성공해서 내 예감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길.

Travel is just more than A to B.
Travel should be all about you.
: 밀레니엄 서울 힐튼의 지면광고 카피. 아무렴 백번 맞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겨우 열시간 남짓의 환승체류가 아까워 첵랍콕 공항을 빠져나가 놀아제낄 궁리에 빠져 있는 여행 스케줄은 나의 모든 것을 말해준다고 할 수 있지.

얼마 전 퇴근 후에 머리를 다듬으러 미용실에 들렀다. 그 날 나는 마치 걸스카우트를 연상시키는 머플러와 셔츠 등 다분히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아동복에 발이 아프다는 이유로 그대로 신고 나온 사무실용 버켄스탁 차림이었는데, 미용실의 그녀는 내 머리를 만져주며 말했다.
"퇴근하시는 길에 들르셨나 봐요."
맙소사..................
나이 앞엔 걸스카우트 머플러와 버켄스탁 따위의 변장도 다 소용 없는 짓이었다.

공공PR 전문이신 옆 사업부 부장님의 강의를 듣다가 새로운 사실을 배웠다. 공과 과 중 어느 것이 더 큰지에 대해 지금까지도 논란이 되는 노무현 정부 때 공공PR이 꽃을 피웠다는 점이다. 사실상 수장인 노무현도 후보자 시절 전략적인 PR 포지셔닝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쳐 당선에 성공한 사람이다. 출범 후 그들은 아무리 좋은 정책을 만들어놔도 기본적으로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못하면 헛수고라는 전제를 바탕에 깔고 있었고, 그래서 민간 홍보회사를 불러다가 정책홍보를 맡겼으며, 비록 설립 초기의 의도와 달리 점점 안드로메다로 떠나버렸지만 이 때문에 국정홍보처를 만들기도 했다.

공공PR 혹은 정책홍보 하면 정부의 앞잡이 노릇을 한다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은데, 아무리 깡깽이같은 정부라도 국민 건강과 복지에 온전히 도움이 되는 정책들을 분명히 만든다. 홍보 니즈에 대한 당위성은 예년보다 무척 젊은 사람들이 모인 정부였기에 가능했던 사고였다. 말년에 왜 그렇게 자기 PR에 처절히 실패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주입식 프로파간다와 같은 이전 정부들의 홍보 행태를 벗어나 '알리는 일'의 중요성을 인식했다는 것만으로도 이건 분명 인정을 받고 넘어가야 할 공이다. 난 그의 통제불능 커뮤니케이션을 전혀 좋아하지 않아 매번 질색했지만, PR의 가치를 알아준 점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복지에 최소한 남들보다 더 관심을 쏟았던 점은 존중하기로 했다.
:
봄이 오기 전에 이 글을 써놓고 묵혀두고 있었다. 공과 과 중 어느 것이 더 큰지 아직도 잘 모르겠는 그가 이제 세상에 없다는 사실에, 살고 죽는게 다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마치 요새 주식으로 돈 까먹으면서 돈 벌고 잃는 일이 다 무슨 소용이냐는 깨달음과 흡사하다.

조 상무는 "똑똑하고 일 잘하는 여성일수록 역경에 약한 것이 문제"라고 말한다. "어려움에 부닥치면 `다른 길도 있는데 내가 뭘 이렇게까지…` 하면서 포기합니다. 남자들은 유연하고, 또 다른 길도 별로 없죠(웃음). 그게 남자들이 요직을 점령하는 비결이고요."

http://news.mk.co.kr/outside/view.php?year=2009&no=90569
: 육춘기를 겪는 현재 상황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말. 정신차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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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ly comment to Rach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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