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 사랑과 사회 2

Posted at 2010/05/12 18:08// Posted in man theory



단지 그가 부유한 집 막내아들이라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대대로 놀고 먹어도 될 만큼의 유산을 미리 받은 남자애들은 이 동네에 많다. 그가 미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로스쿨law school의 학생이기 때문만도 아니다. 맘먹고 찾으려고만 든다면 국제변호사에 미국 공인회계사 자격증까지 갖춘 남자를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런 남자들과 내가 함께할 수 있는 일은 오로지 연애뿐이라는 것이다. 결정적인 순간에 부모 핑계를 대거나 결혼 얘기는 농담으로도 꺼내지 않는 남자들과, 그는 달랐다. 무엇보다, 그는 사랑한다는 둥, 너를 원한다는 둥 입에 바른 소리를 하지 않았다. 대신 자기 가족에 대한 찬찬한 설명과 함께 구체적인 미래의 계획을 들려주었다. 그의 아버지가 세운 계획에 따르면 그는 올해 겨울 방학쯤에 결혼하여 봄 학기부터는 가정을 이룬 안정된 상태에서 학업을 이어갈 예정이었다. (27)

- 정이현, 낭만적 사랑과 사회 

대단히 속물적인 여자인 '낭만적 사랑과 사회'의 그녀는 이렇게 찬양해 마지않던 부유한 집 막내아들님에게 처녀성까지 내줬으되 별 수확이 없었지만, 이 문단은 사실 상당한 객관성을 확보한 간증에 가깝다. 똑똑하거나 라이센스 직업을 가졌거나 연봉이 높거나 안정적인 회사에 다니거나 등등의 외적 조건을 가진 남자들에게 여자들이 큰 기대를 가지는 이유는, 물론 누군가들에게는 이것이 과시용 낭비용 허세용의 목적도 있겠지만, 대체적으로 그의 그러한 조건들이 그녀들의 미래비전 수립에 어느 정도 힘을 실어주기 때문이다. 되잡아 말하면 아무리 조건이 좋아도 나와의 비전을 그리지 못하거나 예상보다 덜 그리거나 미뤄서 그리려 하거나 아예 그릴 생각이 없는 남자라면 열일곱 트럭을 갖다줘도 이십대 중후반 여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한다는 소리다. 그녀들에게 현실 극복 혹은 도피를 위한 다음 관문은 새롭고 짜릿한 연애나 이제 지긋지긋해져버린 데이트가 아닌, 부유하는 감정의 안정적 정착, 즉 결혼이니까. 그리고 그 결혼에 있어 저러한 외적 조건을 가진 남자가 디테일한 공동의 비전을 가시적으로 그려낸다면 더없이 좋은 것이고. 이건 물론 전적으로 내 주변 결혼적령기들의 기준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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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5/13 15:14 [Edit/Del] [Reply]
    아.....................................................
    저 책 읽어봐야겠음

Lovely comment to Rach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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