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설턴트
Posted at 2010/06/20 21:03// Posted in preference"맞는 이야기긴 한데, 듣고 있으니까 왠지 회사 다니기 싫어진다."
"그럼 다니지 마. 억지로 붙잡혀 있는 거 아니잖아."
나는 그의 우는 소리에 조금 짜증났다. 나처럼 일을 그만둔다고 생명에 위험이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
"장난하냐? 이번 달 카드 값도 내야하고, 보험료에 자동차 할부도 내야 하는데. 지난달 종신보험에 가입했더니 아주 죽겠어."
내가 기억하는 열여덟 살의 그는 대학만 들어가면 여행을 다닐 것이라고 떠들었다. 월급쟁이 따위는 결코 되지 않을 것이며, 여행기를 쓰며 세계 각국을 떠돌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 그가 이동하는 가장 먼 거리는 점심시사 때 가는 식당이리라. 그는 우울한 표정으로 잔을 들었다. (134)
-컨설턴트, 임성순
바야흐로 여름휴가 연도행사가 돌아왔다. 파리와 이스탄불, 프라하와 마드리드, 타이완과 간사이 등 오대양 육대국을 휩쓸고도 남는 여행지 고민으로 며칠을 지끈대고 있다가, 이럴거면 시간많던 학생 시절에 더 많이 돌아다녀야 했다는 속절없는 후회를 또 한다. 두 개의 주말을 붙여봤자 고작 아흐레를 쉬는 일에도 벌벌 떨면서 업무 스케줄을 살펴보고 있는 스스로가 너무 한심하다. 내 신분의 맹점은 항상 나를 찾아대는 클라이언트와 기자들 덕에 시간과 돈이 있어도 떠나고 싶을 때 마음대로 떠나버릴 수 없다는데 있다. 그런데 이토록 직장인이 싫으면 때려치우면 되는데, 이렇게 괴로워하면서 또 그만두진 못한다. 돈과 커리어, 사회적 지위 따위의, 아주 치졸하고 모호하며 속물적인 가치들 때문에. 법륜스님 말처럼 이건 다 욕심에서 비롯된 일이니까.
세월은 나에게 조금의 현명함을 준 대신 너무나 많은 부분을 앗아갔다. 이를테면 내 정신적 자유같은 것.
난 내년에 백수로 세계일주 할거야(마음은 한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