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없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학창시절 나는 공부를 좋아하지도, 잘하지도 못했다. 중학교 때의 유명세는 학문적 능력이라기 보다는 그 당시 주변의 암묵적 경쟁자들을 이기겠다는 승부욕, 혹은 원하던 고등학교에 합격하기 위한 속물적인 이유였다. 고등학교에 입학해서는 글자 그대로 중위권이었다. 사십이명 중 늘 이십등, 혹은 이십일등, 한눈 팔면 이십칠등 이십팔등도 했다. 영화와 책 따위 참고서 밖의 것들에 더 탐닉하던 시절이었고 공부로는 어디 명함도 못 내미는 아이였다. 그나마 다행인 건 수학문제 한 개 틀렸다고 울어버리는 그 아이들의 윗공기를 전혀 동경하진 않았다는 거다. 주입과 암기로 구성된 고등교육에 전혀 흥미가 없었던데다 심심하고 지긋지긋한 학교 친구들과는 다르게 살고싶다는 허세를 부렸던 것도 같다. 결과적으로 지금은 똑같이 되어버렸지만.
대학은 삼점 중반대의 학점으로 졸업했는데 이것은 사실상 여대생이라면 그다지 내세울 만한 성적이 아니다. 이번에 이직하면서 떼어 본 성적증명서에는 비플러스와 비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었다. 극단적으로 심리통계의 경우 디를 맞았는데 재수강 신청을 안 했다. 다시 들으면 에프 나올 것 같아서. 결론적으로 학업에 있어 난 늘 무난하다 못해 무능했다. 그다지 열심히 하지 않은 것도 아닌데 공부님은 오래도록 내 마음을 알아주지 않았고, 지금까지의 삶에서 공부란 남자와 더불어 절대 내 맘대로 되지않는 무엇이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아주 어렸을 때부터 왠지 나는 일을 하면 잘할 것 같다고 어렴풋이 믿어왔다는 거다. 엉덩이 붙이고 펜대 끄적이는 공부 말고, 밖으로 나가서 월급받고 하는 일. 그리고 이 예상은 적중한다. 지금까지 어떤 형식으로든 나를 고용한 회사에서 내 일처리에 불만을 가진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난 늘 똑부러지게 일 잘하는 직원이었고, 그 덕분에 한국의 조직생활과 직장문화를 완전히 거부하는 애티튜드를 줄기차게 고수했음에도 아무도 감히 나에게 그것을 문제삼지 못했다.
이 얘기를 하는 이유는 나와 완전히 반대인 성향들도 분명 있을 것이며, 모든 사람에게는 자신에게 맞는 옷이 어딘가에 있다는 말이 하고 싶어서다. 최근 석사를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아서이기도 한데, 나라는 인간은 학교만 들어가면 밥만 축내는 못난이 오리 혹은 파동없이 고여있는 무존재로 변신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는 것을 알고있으나 불행히도 난 공부체질이 아니다. 내일이 회사가는 월요일이라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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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ㅁ2011/05/09 10:40 [Edit/Del] [Reply]ㅎ 나랑 딱 반대야. 나는 공부를 특출나게 잘하는것도 아닌데 일을 잘할 자신은 더더욱 없어. 자라리 그냥 우직하게 앉아있는게 나은 듯. ㅠ 난 어뜩해?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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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w2011/05/15 23:40 [Edit/Del]ㅋㅋ 한민아 나는 법 공부만 아니면 잘할 수 있을 거 같아ㅋㅋ 일도 법조직역만 아니면 회사에 피해 안 갈 정도로는 할 자신 있는데=_= 어우어우 남의 홈피에서 대화하기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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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chel um2011/05/16 20:59 [Edit/Del] [Reply]둘 다 공부해라 그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