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얘기들 98
Posted at 2012/02/20 15:21// Posted in life in Seoul이월이 시작되자마자 킥오프를 했다. 비지터도 다녀갔다. 그 전쟁같은 와중에 산산이 깨진 멘탈 조각을 술로 이어붙이려 했으나 잘 안됐다. 지금은 타운홀을 앞두고 있다. 이래서 나이먹는게 시간 문제라는 거구나.
그러므로, 이렇게 늙지 않기 위해 따사로워지면 바로 놀러 갈 예정. 올해엔 봄과 가을에 긴 휴가를 쓸 예정. 어디로 갈 지는 고민을 좀 해볼 예정.
을로 살았던 이년 사개월간 늘 다짐했다. 혹여 갑으로 사는 날이 온다면, 지금 만나는 갑들이 내게 행하는 바람직하지 못한 언행들을 절대 배우지 말아야지.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는 을의 입장을 마음으로 이해해야지. 사람 밑에 사람 없다는데 부리는 것처럼 굴지 말아야지.
그런 의미에서 을이었던 나의 시간은 헛되지 않았으며, 스스로에게 한 이 약속을 여전히 마음에 새기고 있다. 지금도 모든 을에게 예의바르고 상냥하고 친절하게, 이성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이 일어날 때도 갑의 권력이 아니라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대한다. 사실 이것은 모두 커뮤니케이션의 범주이므로, 나는 누구보다 좋은 커뮤니케이터가 되고자 하므로.
종종 을로 사는 건 드럽고 치사하지 않냐며, 갑의 직업을 갖고 싶다고 하는 어린 아이들의 말에 나는 속으로 생각한다. 웃기고 있네. 비즈니스에서 언제나 갑으로 군림하는 직업이 있다고 설마 생각하는 거냐. 을의 마음을 알고 싶어하지 않는 니넨 정신이 빠져먹었어.
RIP Whitney. 크리스든 바비든 아무튼 성씨가 브라운인 녀석들은 다 혼나야 해. Your love is my love가 수록된 명반을 다시 꺼내야겠다.
전혀 자미로콰이스럽지 않아서 그다지 좋아하지 않던 곡인 Talullah를 요즘 매일 듣는다. 한 번 꽂히면 왕도가 없다.
애매한 건 버려. 문래동 유선생님이 오래 전 남기신 가르침이다. 참 맞는 말이긴 하나 막상 본인 입장이 되면 명백히 버려야 함에도 차마 버리지 못한다. 그래서 지난 주에도 나는 한 여자에게 객관적인 애매함을 주지시켜 현실을 일깨워 주었다. 아무리 매달리고 쫓아다녀도 내 사람이 아니면 어긋나는게 인연인데, 더욱이 애매한 남자라면 말 다했지. 애매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 모든 것들은 태초에 애매하다.
연말정산의 결과로 굴욕적 금액인 21270원을 환급받는다. 검소한 여자라고 인정받긴 했는데 까딱하면 내년엔 토해낼 위기이므로 올해에는 펑펑 써야지...
통역인 나조차 마음의 언어를 다른 이의 마음에 전해야 하는 순간엔 통역사가 절실히 필요하다. 말과 글로 사람들을 움직이는 직업을 갖고 있지만 진심이 오롯이 전달되는 건 늘 기적같다.
아니 김무열이는 하다못해 술 먹구 주절대는 것조차 어쩜 이리 로맨틱한가? 범접할 수 없는 미녀에게 사랑을 주었으니 불평도 함부로 못하겠다. 무열오빠 행복하세요...
덜 예쁘지만 괜찮은 그녀들은 자신만큼의 능력 수준을 원하고, 덜 똑똑하지만 괜찮은 그들은 자신만큼의 외모 수준을 원한다. 주변의 선남선녀 인맥을 모두 합병시켜 버리겠다는 야욕에 불타오르고 있는 내가 맞닥뜨린 딜레마다. 눈을 조금씩만 낮추세요, 라고 말하고 싶지만 나를 돌아보니 불가능하다는 것을 안다.
아는 분의 아는 분이 운영하는 괜찮은 캐내디언 펍이 지척에 있었다. 예거와 파인애플 주스를, 베일리스와 칼루아를 섞어 샷으로 마시고 한시 반까지 포켓볼을 쳤다. 하도 한국같지 않아 나는 랍슨 어디쯤으로 순간이동한 줄 알았어.
명절 때 제일기획 사수였던 분께 연락이 왔다. 내가 스물다섯 때 대리였던 그는 차장이 된지 이미 오래라 했다. 너무 고맙고 죄송하여 이태원으로 한 번 찾아뵙겠다 말씀드렸다. 직장생활이란 무엇인지 알려준 회사에서 치기어린 나를 가장 가까이서 보살펴준 분이었으니, 한낱 인사치레가 아니라 진심이었다. 취직을 한 이후 나는 왜 그에게 연락하여 감사했다고 말할 용기를 내지 못했는가. 카카오톡에 이름이 버젓이 올라와 있음에도 왜 그가 나에게 먼저 연락을 하도록 만들었는가. 어리고 철없어 미처 살피지 못했던 고마운 분들에 대해 다시 생각했다.
연례행사로 겨울마다 스키장에 딱 한 번씩은 행차했는데 이번 겨울엔 틀려먹었네. 정신 못차린 사이 봄이 온다.
추워서 자전거를 못 타니 미칠 것 같아서, 회사 근처의 필라테스 학원 등록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놨다. 운동과 태닝의 계절이 곧 들이칠 것이다.
짧다면 짧은 시간, 꼽기에 한 손이 모자랄 정도의 사람들이 내게 마음을 주었다. 거절당하는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있는 나는 냉정해지는 것부터 등을 돌리는 것까지 그저 다 송구스러웠다. 성에 차지 않은 적도 수 없었고 이만하면 되지 않냐고 타협하고 싶었던 적이 수 없었지만, 윌리엄 텔처럼 기다렸다. 바람이 잦아들고 햇살이 비껴가야 화살이 사과에 맞는 법이니까. 그렇게 지겹고 무거웠던 터널을 지나, 이제야 인연이 오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