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투와 억양과 성격
Posted at 2006/07/20 22:12// Posted in fragments전철 옆자리에 앉았던 한 무리의 남자들은
심각한 표정으로 언론학부 이중전공 신청에 대해 논의 중이었다
커트라인이 높다더라, 면접에서 떨어질까 사실 무섭다
지식이라는 명목으로 배울 만한 것은 진심으로 별로 없는(것 같은) 우리 과에
어떻게든 적을 두기위해 저렇게들 머리를 싸매고 있다니
고개를 들이밀고 짠 사실 제가 언론학부 학생이에요 외치고 싶었다
사실 그 남자들이 계속 머리에 맴도는 이유는
언론학부를 너무 절박하게 원했다거나 잘생겼다거나 해서가 아니라
그 중 한 명이 말하는 내내 습관처럼 말끝에 달았던 ㅆㅂ, 때문이었다
이중전공 경쟁률도 ㅈㄴ 높던데 ㅆㅂ,
이번에 떨어지면 부전공으로 그냥 돌려야겠다 ㅆㅂ
말짱하게 생겼던데 성장과정이 너무 험난했나
빚쟁이에 쪼들려 살아왔다든지 주체할 수 없는 분노를 억압할 수 없었다든지
얼굴이 사람의 살아온 인생을 반영하는 정도만큼
말투와 억양도 그 사람의 성격을 참 많이 반영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ㅆㅂ을 빼면 몇마디 안하는 것처럼 들리는 그는 어떤 사람일까
분명 전혀 ㅆㅂ스럽지 않은 사람은 아닐 거겠지
그 험난한 말투를 들으며 한심해하다 돌이켜보니, 내가 여자들과 있을 때 쓰는
수많은 은어-차마 비속어는 아니라고 위장하고 싶은-들은 다 어쩔 것인가
깜짝 놀라 자성의 시간을 (잠깐) 가졌다
2006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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