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두시 사십이분

Posted at 2006/10/30 02:05// Posted in go canucks go

정확히 두시 사십이분이었다

캐나다에서는 파이어 알람이 울릴 경우 엘리베이터가 자동적으로 운행을 멈추고,
입주자들은 집에 연결되어 있는 비상계단을 통해 신속하게 건물 밖으로 나와야 한다
만약 이 방침을 무시하고 실내에 있다 적발되면 벌금이 꽤 무겁다
사실 아무리 귀찮더라도 파이어 알람을 무시하기란 불가능하다
귀를 막지 않으면 이러다 고막이 정말 찢어지는 건 아닌지 걱정할 정도니까

사실 한 달 전쯤 한가로운 일요일 오후에 갑자기 울린 파이어 알람 때문에
거실에서 노트정리하다가 랩탑도 켜둔 채로 밖으로 뛰쳐나온 기억이 있다
어느 쿼드에선가 음식을 하다가 작은 불을 냈고, 덕분에 소방차까지 구경했었다
그 땐 멋진 소방관 아저씨들도 보고 재미있었지
이젠 놀랄 일도 아닌 것이다

그치만 두시 사십이분이잖냐
나 어제 밴쿠버 돌아온 후 너무 피곤해서 열한시에 쓰러져 잤는데
새 벽 두 시 사 십 이 분 이 잖 냐 . . .

울리자마자 할 수 있는 온갖 욕은 다 하면서 방문을 열고 나왔더니
에밀리와 피오나가 fuxx fuxx거리며 비상구를 열고 있었다
치아교정기 끼고 맨발로 비상계단을 질주하는 우리 피오나 몽질로 여사
그리고 눈사람 잠옷을 입고 달리는 나와 옆에서 같이 뛰는 머리산발 에밀리

그 시간까지 술먹고 파티 하던 핫팬츠에 하이힐 차림인 여자애들과
머리는 떡지고 고주망태로 잠들었던 남자애들도 일단 귀를 막고 무조건 달린다
이상한 할로윈 코스튬들, 꽃무늬 잠옷에 런닝화, 한 손엔 맥주병,
개성백배 옷차림들과 찢어질 듯한 파이어 알람 소리

사우스 타워 입주자 사백여덟명이 동시에 비상계단을 통해
새벽 세시에 강물을 타고 이동하는 물고기떼처럼
우르르 커먼스 블럭으로 뛰어 내려가는 대장관을 보면 진정 감동이 휘몰아친다  

분명 할로윈 주말이라고 어디선가 파티 중에 불장난하다가 불 냈을 거다
남녀가 불장난했나(..)
아무튼 이 새벽에 불 낸 ㅅㄲ 진짜 반드시 색출해서 용서하지 않겠어


+ 다 써놓고 보니 어제 새벽 2시를 기해서 드디어 써머타임이 끝났다는게 생각났다
고로 지금은 10시가 아니라 9시고, 이 사건도 1시 42분에 일어난 거네
시계 돌려놓고 더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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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ly comment to Rach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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