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st Moved

Posted at 2007/05/06 05:36// Posted in go canucks go
오월 일일을 기해서 '공식적인' 파견 기한은 끝났고, 게이지에서의 계약 기간도 만료됐고, 그래서 대부분의 KU는 밴쿠버를 떠났고, 나는 남았다. 이 때쯤되면 다들 슬슬 돌아갈 준비를 하고싶어 지는게 정상이라던데 어찌된게 나는 버텼으면 더 버텼지 돌아가진 못하겠다. 가장 큰 이유는 날씨 때문이고 뭐 여러가지. 이런 날씨를 두고 가긴 어딜 가. 우기 시작하기 전날 출국해야지. 아무튼 그래서 며칠 전에 이사했다. 이사라는게 대충 옷가지만 싸서 싣고 옮기면 될 줄 알았는데 짐이 말도 안되게 많았고 다른 바쁜 주였고 음식도 수습해야했고 해서 육체적으로 좀 힘들더라. 한국에서도 이사해본 지가 십년이 넘었는데. 새 집은 같은 캠퍼스 안이고 걸어서 십오분 안에 갈 수 있지만 분위기 자체가 전혀 다른 곳이다. 숲이 우거지고 청설모가 열린 창문으로 난입하고 일곱 난장이가 사는 마을같은 페어뷰로, 이사했다. 어젯밤에 식기도구 훔치러 게이지에 잠깐 다녀왔는데 이해할 수 없는 낯선 분위기와 이상한 기분에 사로잡힌 채로 타박타박 돌아왔다. 이제 거긴 우리 집이 아니니까. 커먼스 블럭의 어드바이저가 어쩐 일이냐고 묻길래 그냥 왔다고 했다. 그냥, 나 페어뷰로 이사했는데, 게이지가 갑자기 그리워서, 그냥 한 번 들렸다, 라고. 페어뷰는 기숙사라고 부르기 미안할 정도로 모든 집마다 구조가 다르다. 우리 집은 현관이 일층에, 부엌과 거실이 이층에, 방이 삼층에 있다. 게이지보다 약간 춥고, 버스루프에서 멀고, 벽이 얇고, 샤워부스는 한 개고, 싱크대도 한 개고, 냉장고도 한 개인 대신에 네 명이 살기엔 벅찰 정도로 거실과 부엌이 넓다. 방의 수납공간이 적은 건 불편하긴 하지만 워낙 잘 어지르고 다니는 나로서는 깔끔한 느낌도 들고. 무엇보다 삼층 맨 왼쪽인 내 방은 어찌된 일인지 모르겠지만 집에서 제일 크다. 난 분명히 라지가 아닌 미디엄라지를 신청했는데 같은 기준의 다른 사람들 방과 비교하면 충격적일만큼 방이 넓어서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다. 새 룸메이트와 만난 소감은 "별로". 예전 집이 비정상이긴 했지만, 여긴 큰 펜션에서 나 혼자 사는 것 같아. 그나마 제일 좋은 건 열아홉에 꿈꿨던 계획을 무려 오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실현하게 됐다는거. 넓고 하얀 벽을 내 마음대로 채웠다. 집을 옮기니 누구 말대로 밴쿠버에서의 두번째 삶이 시작되는 것마냥 기분이 싱숭생숭하다. 구름이 걷히고 하늘이 더 높아지면 다시 이사가야겠지만. 천천히, 새 집에 적응하는 중이다.
Rachel Misun Um
2654-3 Fairview Crescent
Vancouver, BC V6T 2B9
Can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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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5/06 20:31 [Edit/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Lovely comment to Rach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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