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년에 대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발을 내딛으면서 직장이란 게 참 더럽다고 생각했죠. 미스 최가 아니라 최 대리님, 최 차장님, 이렇게 불리도록 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여자가 직장에서는 소수민족이더라는 거죠. 미국으로 치자면 히스패닉이나 흑인 같은, 그렇다면 흑인이 미국에서 잘 살아남는 길이 뭐냐, 프로가 되는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최인아)
-강두필, <모두가 그녀를 따라한다>
이 바닥에서 날고 긴다는 열네명의 CD들을 인터뷰한 책. 난 가끔 이런거 읽으면 역시 광고의 꽃은 CD라는 생각이 걷잡을 수 없이 들면서 주제넘게 카피가 하고싶더라. 최인아 전무님 외에 김홍탁 CD님의 인터뷰도 실렸다. 덕분에 업계용어-인사이트, 톤앤매너, USP 따위-가 빈번하게 등장하고. 다산북스의 책인데 컨텐츠와 레이아웃이 정말 좋은 반면에 불행하게도 편집을 거치지 않았다는 확신이 들만큼 교정이 엉망이다.
예전에 예희강 CD의 인터뷰를 읽은 적이 있는데, 서른아홉에 국장을 달고 이번 칸 광고제에서 심사위원에 위촉된 이 무서운 여성분은 안타깝게도-혹은 당연하게도- 아직 미혼이라 칸 광고제 부부동반 파티에 아버지와 함께 참석했다고 하더라. 이런게 현실이지. 직장이 참 더러운데 거기서 프로가 되려면 가정을 버려야 된다. 아니면 가정을 가지지 않거나. 생각해보면 그게 섭리이기도 하다. 남들이 가정에 신경쓸 정신까지 다 끌어모아서 일에 집중하는 놈을 누가 이겨.
예전에 김민수 차장님이 최인아 전무님 경쟁PT하시는 걸 처음 보고 어땠다고 했더라, 소름이 끼쳤다고 했나 눈물이 났다고 했나. 아무튼 나는 전무님의 저 말이 이제 슬슬 이해가 가는 나이가 되었고, 최인아 전무님은 삼성그룹 전 계열사 중 최초의 여성임원이다. 왜냐하면 제일기획 불은 전무님이 끄고 퇴근하신다는 소문이 있거든. 언젠가 우리 비트조가 저녁먹고 들어와서 일곱시에 프로모션 본부 회의실에 들어갔는데 그 때 그 옆방에 김주호 마스터가 업무를 보고 계셨고 아이디어 회의에 지쳐 나동그라지다가 퇴근하려던 열한시 반에도 마스터실 불이 켜져 있던 기억이 난다.
에이 설마 정말 가정을 버려야 할까, 이런 생각 들지? 진짜다. 전자의 윤종용 부회장이 소싯적 공채 임원면접에 들어가서는 지원자들 앞에서 이랬다며? 여러분, 이 중에서 앞으로 가정을 버릴 생각이 없는 사람이 있다면 지금 이 방에서 나가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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