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생각들 33

Posted at 2009/01/31 00:16// Posted in fragments



그사세가 십프로도 안되는 막방 시청률로 초라하게 종영한 후 후속작이었던 꽃보다 남자가 이십프로를 넘기며 치고 나오는 것을 보는 마음은 역시 드라마 시청자들에게 뭔가를 기대할 수는 없겠구나,였다. 요즘 점심시간 여직원들의 대화 중 구할을 구준표가 차지하길래 대체 얼마나 재미있는지 궁금해서 한 번 봤다. 유치하더라. 하긴 유치한 드라마라고 해서 무조건 비난받는 건 불공평하다. 풀하우스도, 궁도 한없이 유치했지만 최소한 내러티브에 긴장감은 있었으니까. 그런데 이건 일단 연출의 퀄리티에 양심이 없다. 미장센도 형편없고 앵글도 엉망이고, 미안하지만 연출을 발가락으로 하는 것 같다. 꽃보다 남자를 필두로 하여 옆 방송사의 에덴의 동쪽, 또 그 옆 방송사의 아내의 유혹이 정점을 찍으며 공중파 삼사는 케이블에 뒤지지 않는 고급 컨텐츠로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뭔가를 해야하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잘하기 위해 집착하는 건 분명 문제다. 좋은 습성이 아니냐고 묻는 이들이 있는데 본인은 진짜 죽어난다. 남한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스스로 뿌듯한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순전히 자기만족이다. 노력이 모자라 결과가 좋지 않을 때, 혹은 능력의 한계로 스스로 인정할만한 결과가 나오지 못했을 때 나는 자책한다. 인생을 강약약중강약약으로 유도리를 발휘하며 살아야 되는데 나는 항상 강강강강강강강으로 산다. 요즘 그게 너무 소모적인 버릇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광고회사에서 주로 AE는 AE 일을 하고, 아트는 아트의 일이 있고, 카피는 카피의 영역을 사수한다. 물론 침범하면 절대 안된다,는 아니지만 서로의 영역이 엄연히 존재한다. 미디어에 있으면서 이런 식의 분업체계가 참 억울했다. 난 CD들이 하는 일에도 관심이 참 많았는데, 왜 미디어는 카피를 못 쓰나, 제작은 영업을 못 하나. 난 기획도 하고 카피도 쓰고 제작물도 만들고 배포도 하면서 혼자 북도 치고 장구도 치고 싶었다. 그런데 홍보회사에 오니까 이게 된다. 기본적으로 홍보인들의 직군은 AE 하나밖에 없기 때문에, 비딩에 들어갈 제안서를 기획하고, PT하고, 보도자료 헤드도 뽑고, 캠페인 슬로건도 만들고, 프로모션도 집행하고, 아무튼 일당백으로 다 뛴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난 이런 점이 참 좋았다. 이것저것 다 경험해 볼 수 있는거. 

개콘에서는 강유미와 신봉선을 못생긴 여자 코미디언의 대표격으로 치부했다. 그들이 인기를 얻은 이유에는 예쁘지 않은 외모가 크게 한 몫 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 재능있는 둘은 대한민국 여성의 평균 혹은 평균 약간 이하의 외모를 소유하고 있으나 저 삼단논리를 잘 파헤쳐보면 못생긴 코미디언은 웃기니까 인기가 많을 것이다, 라는 전제가 작용한다. 코미디언이 못생겨야 남을 웃길 수 있다는 착각은 칠십년대 남철 남성남 시절에도 이미 유치한 주장이었다. 정종철이나 오지헌같은 애들은 못생겨서 웃긴게 아니라 원래 웃기는 재능이 있는데다 얼굴까지 못생겨서 덕을 본 경우인데, 이렇게 특이한 외모의 소유자들이 너무 유명해지고 나자 웃기려면 얼굴이 막되먹어야 한다는 인식이 퍼지기 시작했다.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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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1/31 05:25 [Edit/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2. KJ
    2009/01/31 21:54 [Edit/Del] [Reply]
    이건 어디서 뭐 타고 가면서 찍은 건가? 이런 경치 못 본 지도 어언- (모르겠다)

Lovely comment to Rach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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