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찬양
Posted at 2009/02/07 20:13// Posted in cooool stuff포지셔닝을 바꾸고 전략을 재설정하는 과정은 분명 큰 위험이 따른다. 무엇보다 스스로의 자신의 SWOT을 남보다 더 냉철하게 분석해야 가능한 일인데 이건 생각보다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자칫하면 정체성이 뿌리부터 흔들리리거나 기존의 타겟층을 한꺼번에 잃는 대참사가 일어날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런 면에서 빅뱅은 아이돌에게 특히 더 어려운 과감한 리포지셔닝을 성공시킨 그룹 중 하나다.
그들을 오랫동안 눈여겨 본 사람들이라면 '거짓말'을 기점으로 장르와 패션 등 그룹의 전체적인 기조가 크게 머리를 틀었다는 것을 금방 느낄 수 있다. 다큐 시절만 해도 꼬꼬마들은 성공하려고 독하게 덤벼든 힙합 그룹 워너비였다. 회사에서는 데뷔 전부터 공장에서 찍어낸 아이돌이 아니라 정글에서 살아남은 애들만 추린 그룹이라는 사실을 누누이 강조하면서 차별점을 두려했다. 그들도 스스로 작사한 '라라라'의 가사처럼, 회사가 기저귀 채워주는 여타의 아이돌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날리는 짓거리를 서슴지 않으며 거칠고 강한 힙합 아이돌의 이미지를 내세웠다.
그런데 정통 힙합을 하겠다고(혹은 하고싶다고) 얘기한 이후 공중파 데뷔곡인 '라라라' 때부터 정규 일집까지는 반응이 신통치가 않았다. 대중성이 떨어졌다고 보는게 냉정한 분석이겠다. 물론 나처럼 집중했던 이들도 많았으나 그건 그들이 기대했던 수준의 성공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동안 강조하던 모든 걸 다 바꿔버리고 대중적이기 그지없는 '거짓말'이란 비장의 카드를 제시하는 결단을 내렸는데, 결과적으로 이 명곡은 대중의 니즈에 놀랍도록 잘 먹혔다. 이후 싱글과 정규 타이틀에서 연타석으로 메가히트를 날리며 '힙합 그룹이랍시고 나와서 하우스와 트랜스나 한다'는 비난은 중독적인 싸비에 묻히게 됐고, 기존에 쥐고 있던 팬층의 일부를 잃은 대신 더 거대한 수요를 얻었다.
심지어 '거짓말'은 발표 후 일년 삼개월이 훌쩍 지났음에도 엠넷 가요차트 백위권 안에서 건재하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그렇게 바랬던 힙합 아이돌의 타이틀을 버리자 음악 잘하는 아이돌이라는 의외의 결과가 따라온 것이다. 요즘은 기도 안 찬 뽕짝까지 만들고 부르지만 모두가 잠깐의 외유 혹은 애교 넘치는 스핀오프 정도로 받아들이는 위치까지 올라갔다. 예전의 힙합 워너비 캐릭터를 고수했다면 상상도 못했을 일이다.
개인적으로는 '거짓말'보다는 '굿바이베이비'가 음악적 완성도도 높고 내가 기억하는 빅뱅의 모습에 더 어울리는 노래라고 생각하지만, 그 시기 포지셔닝 및 공략 타겟의 전략적 전환이라는 어려운 결단 덕분에 빅뱅이 이 자리까지 올라왔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하고싶은 음악에 집착하는 것보다 대중과 자신들이 선보일 수 있는 능력의 접점을 찾는 것이 더 우선이라는 시장의 논리와 셀링 포인트를 일찍 파악한, 똑똑한 아이들이다.